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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전 정부는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 주재로 금융정책위원회를 개최해 “규제완화, 자구책 강구”의 카드안정대책을 마련하였다. 이는 연체율 급등에 따른 신용카드사의 적자 증가와 SK글로벌 분식회계에 따른 파장으로 인한 신용카드발 금융위기 발생우려를 잠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카드안정대책의 발표는 어려운 신용카드 업계 상황에서 시기적절하다. 카드사 연체율 (1개월이상)이 1월말 현재 11.2%로 지난 2001년 말 3.8%에 비해 3배이상 급증하고, 지난해 말 현재 2조 천억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은 지난 2001년 보다 4배 늘어나 1조 6천억원의 증가를 보였다. 이 적자는 현금서비스 수수료 인하, 연회비 면제 확대, 장기 무이자할부 등 회원 확보를 위한 과다한 출혈경쟁으로 인한 수익감소와 비용증가 및 경기침체로 인한 영업 부진에서 기인한다. 중산층이 대부분 빚에 의존하여 소득을 초과한 과다한 소비지출을 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의 확산과 함께 개인워크아웃 (개인신용회복지원) 신청자가 지난 달 말 현재 2천 6백여명을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SK글로벌 분식회계로 인한 채권환매 등으로 금융기관의 유동성 리스크가 심해지고, 카드사의 조달자금 금리도 상승하여 2월 이후 회사채 발행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번 카드안정대책에서는 카드사의 경영개선 일환으로 현금 서비스 수수료율을 1%만 올려도 이익이 3000억원 늘어나는 것을 고려할 때 조만간 현금서비스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할인서비스, 장기 무이자할부 등 출혈영업행위 시정과 비용의 절감 및 신용카드 결제기간 단축을 위한 수지개선책을 마련토록 했다. 1조5000억원 수준의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기자본 확충을 유도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강구하도록 하였다. 또한, 부대서비스 (대출) 비중 50% 제한 조치 1년간 연장으로 카드사의 현금 대출채권 회수부담을 완화하고, 적기 시정 조치 시 “관리자산 기준 연체율”을 적용하도록 하며, 부실채권 조기상각 및 매각 지원 등 정부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였다. 특히, 연체회원이 군입대, 출국 등 일정기간 (1개월) 연락 두절시 부모 등 직계가족에게 채무내용을 통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카드사의 채권 회수 노력을 지원하였다. 연체율 증가 억제를 위해 연체자의 대환대출을 5년으로 연장하고, 다중채무자의 카드이용한도의 단계적 감축을 하도록 하였다.
이 대책의 시행은 신용카드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카드사들의 수지 및 수익전망을 개선하여 금융시장의 불안을 다소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지난해 신용카드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카드사의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경영 악화와 신용불량자의 증가를 초래하는 등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무시하고, 일관되지 않은 정책을 펼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대책도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대환대출취급기준을 조정하여 대환대출을 최대 5년간 시행하게 하는 반면, 현금대출업무 비중제한(실물과 현금서비스의 비중을 50%:50%으로 조정)을 1년만 연장함으로써 1년 후엔 다시 현금서비스의 감소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개인신용경색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정당한 사유”의 애매모호함으로 인해 연체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채권추심활동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또한, 카드사들의 부가서비스 축소, 연회비 인상, 신용공여기간의 단축과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자 상승 등은 신용불량자의 확대와 다수의 카드 사용자에게 큰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
신용사회라고 할 만큼 신용카드는 현대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건전한 신용사회 구축을 위해 카드산업 관계자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전문가, 시민단체,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초래하는 개인워크아웃제를 개선하고, 카드업계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정부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자유 시장 경제원리를 충실히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신용카드사는 회원확대를 위한 과다경쟁과 비용 정책을 자제하여 수지 개선과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강력한 자구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카드사용자들은 소득을 초과하지 않는 합리적 카드 소비문화를 이룩하도록 하고, 바람직한 신용사회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