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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20일 오전 11시, 미국·영국 등 연합국의 순항미사일과 폭격기의 공습을 시작으로 이라크에 대한 제2차 걸프전쟁이 마침내 시작되었다. 35개국에 달하는 국가들이 미국주도하에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의 무장해제와 사담 후세인 독재정권 타도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이번 전쟁에 지지 및 동참의사를 천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며칠 전 외교통상부 명의의 공식발표를 통해,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라크전지지 및 동참 의사를 밝혔다. 따라서 기존에 검토되고 있던 500여명 규모의 공병부대 파병도 구체화단계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번 제2차 걸프전쟁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비록 미국 및 영국이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지지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문제와 테러리즘이라는 초국가적 위협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결국 군사력을 사용하는 선택을 하는데 충분한 논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역시 북한의 핵개발과 기존의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제2차 걸프전쟁을 결코 남의 일로 치부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이라크전의 상황이 조기에 타결될 경우,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위협에 대응하는데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더더욱 중요한 사안이다.
제2차 걸프전쟁이 우리에게 갖는 또 다른 의미는 핵개발 등을 비롯한 북한의 안보상 위협에 미국과의 공조가 절실한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근래 들어와서 소원해진 양국간의 불신을 해소하여 북한의 핵 위협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수단을 선택하는 우선순위를 둘러싸고 눈에 띄게 갈등을 빚어왔으며, 이는 기본적으로 양국 상호간의 공동이익을 둘러싼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만일 한국이 이번 제2차 걸프전쟁에서 적극적으로 동맹국인 미국에 실질적인 군사지원을 하게 될 경우, 미국은 그동안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품어왔던 의구심을 해결할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며, 그에 따라 그에 따라 한국은 이라크 문제 해결 이후 본격화된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우리가 주장하는 평화적 정책수단의 우선순위 관철과 유사시 북한에 대한 일방적 행동배제 등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이번 제2차 걸프전쟁을 단순한 도덕률적인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가시화되고 있던 국가생존과 국가이익을 둘러싼 위협 및 불확실한 요인들을 극복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현재 대이라크전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그 결정과 시기는 빠를수록, 그리고 그 규모는 클수록 좋을 것이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