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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달 26일 국회에서 통과된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북비밀송금 의혹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등에 관한 법률’를 공포한 것에 대해 여당인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구주류측과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며 격렬히 반발하고 있고, 정대철 대표 또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 역시 특검법의 한글자도 고칠 수 없다던 기존의 태도에서 물러나 개정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가 당론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민주당이 불만을 가지는 것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대북비밀송금에 관한 진실 규명과 차후 투명한 대북정책을 원하는 대다수 국민의 의견에 따라 거부권을 불행사 하면서도 법이 시행되기 전 개정을 하겠다는 말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표면적인 이유야 원활한 대북관계를 위한 독소조항을 수정하겠다는 것이지만, 그랬다면 대통령과 여당은 지난달 국회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통과되기 전 여야는 진지하게 이 문제를 가지고 협상에 임했어야 했다. 이 사건을 둘러싼 여야의 소모전은 도대체 언제나 끝날지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노대통령도 취임 초기이기는 했지만 가장 현안이었던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풀었어야 했고, 뒤늦게 뒷북치는 ‘공포 후 재협상’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사무총장 :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북비밀송금 사건에 있어서 일관되게 특검에 의한 진실규명을 주장해 왔다. 더 이상 정치적인 소모전을 끝내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여 유사사건의 재발방지와 건설적인 대북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질질 끄는 사이 북한은 지난달에는 우리의 공식발표가 있기 전 미리 현대의 대북송금규모 등을 언급하더니, 어제는 “대북송금과 남북정상회담을 연계시키는 것은 우리에 대한 내정간섭” 이라며 역공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여야 모두는 이제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하고 이번 대북비밀송금 특검법 협상에 당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수사대상과 방법, 기간, 명칭 등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세밀하게 손봐야 할 부분이 많다. 또 다시 졸속으로 개정하고는 법률의 미비를 탓해서는 안된다. 국제적으로는 이라크전이 임박하고, 국내적으로는 북한 핵문제가 고조되는 등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너무나 느긋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아닌 지 걱정된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의혹사건이 생길 때마다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매우 비생산적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한시법이든 일반법이든지 ‘상설적 특검제법’의 입법화에 즉각 앞장서야 할 것이다. 여야가 검찰개혁 등의 문제와 맞물려 머뭇거린다면 시민회의가 먼저 “상설적 특별검사법”을 입안하여 입법청원하겠다. 이것은 참여 민주주의의와 제3의 시민운동의 새로운 모범이 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