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반년도 못돼서 무상보육제도에 적색등이 켜졌다. 지자체들은 재원부족으로 사업중단을 외치고 서울시 자치구들의 예산은 줄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며칠 전 정부는 소득에 따라 차등을 두는 선별 보육지원으로 전환을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 영유아를 둔 부모들은 혼란 속에 향후 보육방안을 걱정하고 있다. 무상보육의 폐단은 이미 예측되었다. 보육시설 이용과 가정양육의 지원 차이가 커, 부모가 양육방법을 선택할 때의 기준은 균형점을 잃었고, 가정양육을 해도 될 다수의 아이들이 보육시설에 맡겨졌다. 이에 무상보육 실시 이후 보육시설 이용자는 예측보다 20%나 늘었고 만 0세 1인당 보육시설에 지급되는 예산이 75만5천 원인 점 등을 감안하면 무상보육에 소요되는 예산은 결코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무상보육 중단은 수요예측 오류와 지원 불균형, 그리고 결정적으로 예산부족 탓에 시행 처음부터 예견되었다. 무상보육의 실패를 예산부족 문제로만 한정할 수는 없다. 정책결정 때 고려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우선순위이다. 정책의 시급성과 수혜대상 적절성, 효과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국가의 보육서비스 지원은 일정부분 필요하겠지만 과연 무상보육 대상을 전계층으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 이로 인해 보다 중요한 사업의 축소-포기를 야기할만큼 무상보육이 시급했는지 의문이다. 복지는 국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계층에 우선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여야 한다. 무상보육은 정치권의 선거 포퓰리즘 경쟁, 정부가 안일한 자세로 방관하는 가운데 탄생하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치권과 정부는 핑퐁게임 하듯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우왕좌왕, 책임공방만 하다가는 진흙탕에 빠진 정책은 오히려 더 깊숙이 빠져들어 건져내기가 힘들어진다. 시행 넉 달 만에 위기에 봉착한 무상보육 정책의 방향을 재설정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지금 정치권과 정부에게 맡겨진 시급한 과제이다. 오히려 이를 무상보육의 잘못된 방향을 다시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자체가 줄줄이 재정고갈을 겪는 마당에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에까지 무상보육이 적용될 필요는 없다. 지원이 꼭 필요한 계층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는 것이 바람직한 복지정책이다. 무상보육 중단위기가 복지에 대한 사회인식을 바로 잡아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잘못된 정책이라 판단되면 방향을 돌리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는 정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보육정책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국가 미래를 걱정하는 마인드로 보육정책의 방향을 선회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