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를 저지른 20대 남성이 피해자들과 합의했다는 이유로 전자발찌 부착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3일 광주지법 형사부는 여성 성추행 및 금품 절도 혐의로 기소된 이 남성에 대해 공소사실 중 강제추행 혐의를 기각했고 이와 함께 전자발찌 부착 명령 청구도 기각했다. 이 남성은 지난해 연말부터 두 차례 여성들을 상대로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지만 결국 성추행에 대해 아무런 법적 조치도 받지 않게 되었다. 성범죄자의 재발방지라는 전자발찌 제도의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이는 관련 법규의 허점을 보여준 사건이다. 일명 전자발찌법으로 불리는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부착에 관한 법률' 제9조 제4항에는 법원이 특정 범죄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할 경우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 역시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성추행, 성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른 사람도 피해자들과 합의만 하면 전자발찌 부착 처벌을 면하게 된다. 피해자가 가해자 측의 강압과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합의서에 도장을 찍어주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잠재적 성범죄자에게 범행의 자유를 주는 꼴이 되고 만다. 전자발찌 부착 기준도 문제다. 현행 제도는 13세 미만 아동을 범행대상으로 하거나 2회 이상 상습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2회 이상’이란 횟수만 따지고 성범죄자의 죄질이나 재범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는다. 전자발찌는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으려고 고안한 장치인데 단순히 범죄 횟수 규정 때문에 ‘우범자’를 방치한다는 것은 입법취지에 어긋난다. 초범일지라도 죄질을 따져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재판부가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났고,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게 첫 화학적 거세 결정을 내린 사례도 있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엄격하고 다양한 제재 수단을 강구하는 것은 그만큼 성범죄에 대한 사회 인식이나 국민들의 분노가 높아진 결과이다. 전자발찌 제도는 재범율 증가와 전담인력 부족, 방전에 따른 추적기능 상실 등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성범죄 재범을 방지하고 또 다른 성범죄 피해자의 양산을 막기 위해 성범죄 예방제도의 허점을 반드시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는 성범죄 피해자의 합의 유-무와 상관없이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리도록 하고, 판결기준도 재범가능성 및 재범위험 정도를 평가-반영할 수 있도록 전자발찌법의 개정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