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을 대표로 의원 10명이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를 의무화하는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수많은 국내 대기업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의무화함으로써 정치권이 대기업을 사실상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비중은 전체 기금의 17.8%(62조원)이며 주식시장 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5%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지낸 해 말 기준으로 169개에 이르며, 기업총수보다도 많은 지분을 보유한 경우도 있다. ‘연못속의 고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민연금이 특정 회사 주식을 매입하거나 매도할 경우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다. 문제는 국민의 노후를 위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국민연금이 과연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게 운영되고 있는가에 있다. 과거 정부는 국민연금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강제로 예탁해 이자손실이 발생하였는가 하면, 증시부양이나 환율방어 등의 정책적 목적에 국민연금을 동원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수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각 기업의 모든 경영판단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목적이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사실상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나라마다 기업마다 성과를 키우기 위한 다양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란 명분으로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그 기준은 기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재무적’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노후에 국민연금으로 생활을 해야 하는 5천만 국민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있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