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 활동 > 논평·성명
2003년 3월 17일, 독립기념관 이사회(이사장 윤경빈 전광복회장)는 서울 여의도관광호텔에서 제 53차 정기이사회를 개최하여 26전시관 항일사회문화전시관에 전시한 조선일보 윤전기를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철거하기로 의결했다.
“이 윤전기는 일제 강점기인 1936년부터 <조선일보>가 강제폐간된 1940년까지 일왕찬양과 내선일체, 일본 육군지원병 찬양 등 친일기사 인쇄에 사용한 것으로 항일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민족의 성지인 독립기념관에서 친일관련 유물을 항일 유물인 것처럼 전시한 것은 잘못이다. 국민정서를 반영해 이른 시일 안에 조선일보 윤전기를 철거하라고 독립기념관쪽에 요구하고, 홍난파 기념비 철거와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를 교훈삼아 전시 유물 선택에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독립기념관 이사회의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 논리는 유물의 전시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준과 절차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현재 철거의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조선일보 윤전기는 1987년 독립기념관 개관 때부터 조선일보사의 기증을 받아 전시되어온 유물이다. 만약 독립기념관 이사회가 윤전기 철거를 위해 내세우고 있는 위의 논리를 그대로 따른다면, 1987년 독립기념관이 건립되어 유물을 전시하는 과정에서 왜 이사회는 이런 논리를 내세워 윤전기 전시를 막지 못했는가? 그때는 꿀먹은 벙어리 마냥 침묵만 지키고 있다가 지금에야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독립기념관 이사회의 이번 윤전기 철거 결정이 얼마전 문성근, 명계남씨 등이 주축이 된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모임>의 구상, 혹은 압력으로 인한 것은 아닌지 강한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 격으로만 치부할 것인가? 이에 대해 독립기념관 이사회는 명확한 답변을 해야 할 것이다.
독립기념관 이사회의 주장대로 민족의 성지인 독립기념관에 친일관련 유물을 전시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그런 문제의식을 이사회가 가지고 있었다면 시민/사회단체들이 조선일보의 친일행적 등을 들어 법원에 전시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철거를 주장하기 훨씬 이전에, 이사회가 먼저 나서서 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점에서, 독립기념관 이사회 구성원들의 상황인식에 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떠들고 일어나니까 마지못해 윤전기 철거결정을 내린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또한 국민정서를 고려해 윤전기 철거를 고려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독립기념관 이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대국민 설문조사라도 한번 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혹 조선, 중앙, 동아일보와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언론사를 조폭언론이라 부르면서 타도를 외치는 특정 시민단체들의 입장을 국민정서로 생각하는 우를 범한 것은 아닌지 분명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독립기념관 이사회의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 결정에 대해 특정 사회/시민단체들이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철거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는 사실에 대해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을 독립기념관 이사회에 제기한다.
첫째, 독립기념관 이사회의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 결정이 그 상부조직인 문화관광부의 언론개혁 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내려진 것은 아닌가?
둘째, 과연 특정언론을 조직적으로 압살 시키려는 일부 운동권 시민단체들의 일방적인 역사인식이 우리사회를 대표하는 역사인식인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