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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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 노무현 대통령은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듣는 과정에서 "언제까지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을 이적단체로 간주해 수배할 것인지 참 답답하다. 이는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달라"는 지시를 했다. 노 대통령은 당선직후 인수위원회에 한총련 수배대상자의 사면여부 검토를 지시한 바가 있었으며, 지난 14일에는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한총련 장기 수배자 가족들과 만나서 조속한 해결을 약속했던 바가 있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 민주화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노 대통령과 현 정부의 시각에서는 한총련이 시대착오적인 낡은 잣대에 의해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권리를 빼앗긴 박해받는 소수로 간주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한창 패기와 이상에 가득찬 젊은이들이 수배자로 쫓기고 그 가족들까지 고초를 겪는 모습 또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던 노무현 정부 관계자들의 입장에서는 납득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노 대통령의 입장은 좀처럼 납득하기가 어렵다.
한총련이 어떤 집단인가? 1993년 4월 출범 이래 한국을 미제국주의 세력의 식민지로 규정하고 민족해방이라는 미명아래 북한 전체주의 정권의 한반도 장악노선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이들이 주축을 이룬 집단이다. 지난 1994년에는 "생활도, 학문도, 투쟁도 주체의 요구대로 밝혀내자"는 주장을 출범선언문에 포함시키면서 그들 스스로를 북한 전체주의 정권의 하수인으로 규정지었으며, 줄곧 정전협정폐기, 북-미 평화협정체결, 연방제통일, 국가보안법철폐 등을 표방해왔다. 물론 2001년에 들어서 연방제 통일안을 6.15 공동선언의 합의이행으로 바꾸었다고 주장은 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한국이 연방제 통일안을 수용했다는 북한측의 주장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를 냉전의 틀에 가두고 있는 근본 원인인 남한에 대한 북한의 적대노선에 대한 지적은 전혀 없고, 오직 북한의 한반도 장악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요구만을 고수하고 있는 한총련은 결코 인권을 탄압받는 약자가 아니며, 오히려 민주주의가 제공하는 다원주의를 악용하여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존립 그 자체를 위협하는 북한 전체주의 정권의 요구와 주장대로 실현하여 7천만 민족을 북한 전체주의 정권의 노예로 만들겠다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반민주, 반민족 집단이다.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바쳐왔다는 노무현 정부의 인사들이 왜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세력을 추종하는 한총련과 같은 집단을 용인하겠다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의 기본적 권리를 위협하겠다는 세력까지 사상과 양심, 표현, 결사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용인시켜주는 나약한 체제가 결코 아니다. 지난 1930년대 노골적인 전체주의와 독재를 표방했던 히틀러의 나치스 세력에게 합법적인 집권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바이마르 공화국을 오늘날 누가 진정한 민주주의로 기억하는가? 2차대전 이후 독일은 이러한 실패를 교훈삼아 '민주주의의 형식원리를 악용하여 민주주의가 가지는 일정한 가치를 침해하려는 적에 대해서는, 민주주의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투쟁적 혹은 방어적 장비를 갖추지 않을 수 없다'는 소위 방어적 민주주의 원칙을 채택했으며, 이는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 정당의 해산제도를 규정한 한국의 헌법 제8조 제4항에도 분명히 명시되고 있다.
만일 한총련이 진정으로 그 저명함과 대표성을 인정받는 합법적인 학생자치 대표세력으로 복귀하기를 원한다면 무엇보다 북한 전체주의 정권의 한반도 장악을 민족, 자주라는 미명아래 추종해왔던 그동안의 노선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보다 균형적이고 대승적 차원에서 민족구성원 전체의 반성과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로 변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1996년 8월 연세대 사건, 1997년 한양대 사건, 2001년 광복절 방북 당시 일부의 돌출행동 그리고 지난해 12월 미군 장갑차 압사사고 여중생 추모를 위한 촛불집회를 반미운동으로 왜곡시키려 했던 그들의 모습을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은 결코 한총련의 합법화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 수호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의지만 의심받을 것이다.
이 기회에 노무현 정부는 한반도 장악을 목적으로 하는 북한 전체주의 정권의 대남 적대노선이 계속되는 이상 한국 사회 내에서 민족, 자주라는 가치가 민주주의 체제 자체의 존립까지 위협하는데 악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민주주의의 형식을 악용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을 두둔하거나 추종하는 자들은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제공하는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는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