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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17일, 미국, 영국, 스페인 3국이 이라크 무장해제를 위한 군사행동을 승인하는유엔안전보장이사회결의안을 철회함으로써 유엔의 승인없이 이라크 전쟁을 개시할 것임을 명백히 했다. 이로써 이라크 전쟁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에 있다.
노무현 정부는 외교통상부 석동연(石東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문제 해결 노력을 지지했으며, 비전투병(공병부대) 및 경제적 지원을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국민들가운데 많은 수가 이라크전을 미국의 명분없는 침략전쟁으로 간주하여, 비전투병 파병 및 경제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전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동맹, 혹은 연합체제의 진정한 본질이다. 원래 사활적 국가이익(vital national interest) - 국제사회의 주권국가로서 국가의 생존을 유지하고, 국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익 - 을 수호하는 큰 목적을 제외하면, 지구촌 대부분 국가들, 특히 미국과 같은 군사강대국조차도 군사작전은 연합방위체제의 틀 내부에서, 아니면 다국적군의 일원으로서 수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왜 그런가? 통상적으로 동맹 및 연합작전은 그 성격상 독자적인 군사작전보다 더 큰 정통성을 국제사회로부터 부여받을 수 있고, 또한 동맹 및 연합작전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고통분담(burden-sharing)의 실제적인 혜택을 함께 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점증하는 위협의 초국가적 본질(예: 테러리즘의 확산, 대량파괴무기의 확산, 국제적인 마약밀매 증가 등)은 효과적인 대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들 사이에 더 큰 협력과 조정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노무현 정부가 이라크전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의 대 이라크전 지원에 무조건적으로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이번 이라크전의 지원을 통해 우리가 수호하고자하는 국가이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국가이익을 어떠한 방법과 수단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전략적 통찰력(strategic insight)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기왕에 이라크전 지원 의사를 대내외적으로 밝혔다면 과거처럼 그저 생색내기 수준이 아닌 좀 더 실질적인 차원의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대테러전쟁에 유럽 각국은 물론 구 동구권 국가들도 특수부대, 공병부대 등을 투입하여 적극적인 지원을 수행했던 반면, 미국과 혈맹관계에 있는 우리나라는 이러한 지원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예컨대, 그 당시 영국은 보병 1700명, 특수부대 1개 중대 아프칸 투입, 항모전단, 핵잠수함을 지원하였고, 독일은 2560명(보병 1개 대대, 특수부대), 프리킷함, 보급함, 헬기 등을 지원하였다. 또한 프랑스는 1개 항모전단, 미라지 2000전투기 6대, 1개 보병중대를 지원하였다. 하지만 한국은 고작 의료지원단(90명), C-130 수송기 4대, 전차상륙함(LST) 1척을 지원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런 소극적인 지원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은 과연 무엇이었던가? 이처럼 그저 생색내기 수준의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군사외교 행위를 통해서 우리가 얻었던 것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
따라서 이번 이라크 전쟁에는 양적으로 보다 확대된 차원의 지원을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군사선진국들이 지원하고 있는 수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 경제 형편에 충분히 부합될 수 있는 정도의 적극적인 지원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번영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적극적으로 군사적, 경제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사안에 따른 정책공조를 취함으로써 글로벌 체제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주도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것은 사실 우리의 사활적 국가이익인 것이다. 이러한 사활적 국가이익은 외교적 리더십(leadership) 및 신뢰성, 군사 및 정보능력들 그리고 동맹체제를 강화시킴으로서만이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을 우리 군사 및 정치지도자들 그리고 국민들이 똑바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라크전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현존하는 동맹국들과의 관계, 그리고 새로운 전략 구조 및 연합세력들과의 발전을 강화시켜 나가는 것은 우리가 한반도, 더 나아가 동북아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우발사태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을 보장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물론 이라크전쟁은 우리의 사활적 국가이익이 걸려있는 전쟁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가치들(예: 자유민주주의, 인권탄압 등)을 지켜 나간다는 대원칙때문에 부득이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노무현 정부의 앞으로의 대응을 지켜볼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