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社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기존의‘AA’에서‘A+’로 두 단계 강등시켰다. 이는 한국, 중국과 같은 수준이며, 지난 2002년 이후 9년 만이다. 국제평가사들이 결정하는 국가신용등급이 과연 적절한가에 따른 논란은 있지만 국가신용등급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정부나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 금리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국가부채 비율 때문이다. 일본의 국가부채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가 넘는다. 이는 유럽의 골치덩어리로 전락한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국가들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국제 금융위기 상황하에서 일본의 정부부채는 OECD 국가들의 평균증가율(39%)를 훨씬 웃도는 증가율(61%)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일본의 경우 채권을 대부분 국내 금융사들이 보유하고 있고,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고 있어 대외건전성이 나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은 장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재정확보를 위한 소비세 인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국가부채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부채는 2011년 기준 GDP 대비 33.1%(422조 7천억원)로 OECD국가 중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부채 증가속도는 우려스러울 정도로 빠르고, 다른나라와는 달리 저출산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각종 연기금의 고갈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기업 부채는 463조 5천억원으로 국가부채보다도 많은 수준이고, 지자체와 지방 공기업들의 부채 문제 역시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선거를 앞두고 미래세대에게 모든 부담을 지워버리려 하는 정치권의 행태이다. 장밋빛 공약들은 가득하지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약속은 보이지 않고 “무상”이라는 이름의 “외상”들만이 가득할 뿐이다.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단순히 ‘남의나라 일’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을 반면교사로 삼아, 보다 적극적인 국가부채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