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통영의 딸’ 신숙자씨가 숨졌다고 밝혔다.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는 지난 27일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보낸 서신을 통해 “신씨가 1980년대부터 앓아오던 간염으로 사망했다.”는 답변서의 내용은 그간 신씨의 귀환을 기다려온 사람들에게 참담함만 안겨줄 뿐이었다. 1985년 신씨와 남편 오길남씨, 그리고 두 딸은 북한 땅을 밟았다. 이후 오씨가 탈출을 했고, 그의 탈출 직후 신씨와 두 딸은 수용소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의 수용소 상황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신씨 사망이 사실이라면 지옥과 같은 수용소의 생활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처참한 상황을 7줄로 요약할 수 있는 북한의 태도는 그들이 생각하는 인권이 그들의 정권만큼이나 상식이하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의 납북, 송환 불응 태도는 국제 사회의 숙제다. 북한의 협조 없이는 강제할 수 없다는 난점 때문에 UN을 통한 국제적 압박과 여론의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에 또 한 번 증명됐다. 납북된 일본인 소녀 메구미 사건에서도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유골을 송환했다. 유골의 진위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북한이 국제 사회의 압박과 여론에 움직임을 취한다는 것은 국제 공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반증이었다. 이번에 답변서를 제출한 것도 UN이라는 국제기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탓이다. 앞으로도 북한의 인권, 납북자 문제 등에 대한 국제적 공조가 더욱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다. 신숙자씨의 송환도, 두 딸과의 상봉 문제도 7줄짜리 답변서 한 장으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른사회]는 북한이 신숙자씨와 두 딸이 요덕 수용소에 감금된 이후 알려지지 않은 행방을 확실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 북한은 신숙자씨가 언제, 어디서 사망했으며, 신씨의 두 딸이 현재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설명해야 한다. 또한 실질적인 조치로 신씨 두 딸이 신숙자씨 유해를 들고 직접 아버지를 만나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에 대한 당연한 예의다. 그 과정이 없다면 북한의 답변서는 미봉책으로 둘러댄 가증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