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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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14일,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문화관광부 홍보업무 운영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토대로 기자회견을 하였는데, 그 핵심 내용은 기자실을 폐쇄하고,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을 통한 개별 공무원들의 취재를 제한하고, 공무원이 취재에 응했을 경우에는 그 취재내용을 즉시 상부에 보고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마디로 국민들의 알권리를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조치나 다름이 없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기본적으로 언론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무모한 발상을 할 수가 있겠는가?
국가의 공공정책 수립과 집행과정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정부주도하에 자의적으로, 그리고 편의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발상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지 참으로 한탄스럽기 그지없다. 정부주도하에 공공정책에 관련된 정보를 획일적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사회주의 언론체제 말고는 세계 어떤 자유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이것은 언론의 존재이유, 즉 권력의 감시나 비판을 아예 할 수 없게 만드는 처사인 것이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모든 언론을 노무현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기사만 싣는 언론으로 만들려고 하는가? 언론관련 주무부서의 수장으로서 그가 가진 이런 언론개혁관이 앞으로 다른 정부 부처의 홍보업무 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대단히 걱정스럽다.
사회주의체제하에서는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이 획일화된 정보에만 의존하는 반면,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언론매체들은 다양한 정보의 원천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정보의 원천에 토대를 두고 국가의 공공정책을 분석, 평가하여 다양한 대안(입장)을 표명하는 자유언론매체의 존재는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능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물론 이러한 인식능력은 우리가 지식체계에 접근하는 중요한 수단이 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처럼 다양한 정보의 원천에 토대를 두고 활동하고 있는 자유언론매체의 존재는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정보의 많은 것을 자연스럽게 규정해 주는 것이다.
얼마전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은 장관승용차의 문을 열어주고 90도로 허리굽혀 인사하는 관료문화를 비판하면서 이를 조폭문화나 다름없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사회주의국가들의 언론체제, 즉 모든 언론을 정부홍보용 기사나 싣게 만드는 것과 다름없는 방향으로 언론개혁을 하는 것이 더 조폭적인 행동은 아닌지 깊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홍보업무 운영방안>이 언론 모두를 소수 권력자들의 의도에 따라 그저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단순한 정부홍보용 기계로 만들려는 다소 불순한 의도가 내포된 처사라면 그것이 더 조폭적인 행동이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금융, 기술 그리고 정보의 민주화는 글로벌화(globalization)의 핵심이다. 특히 정보의 민주화는 작금의 글로벌 세계를 이해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획일화, 평준화, 평등화를 획책하는 것은 한마디로 글로벌화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 흑백논리가 난무했던 냉전시절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다.
이런 관점에서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홍보업무 운영방안>의 내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국회가 문화관광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하여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의 <홍보업무 운영방안>이 문화관광부라는 일개부처의 독자적인 구상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더 높은 차원의 상부조직에서 구상되어 나오게 된 것인지를 조사하기를 촉구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