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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육로관광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북핵문제의 악화와 前 김대중 정부의 대북 송금의혹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의미를 인정받았던 이 사업이 본격 시작된지 불과 열흘만의 일이다. 현대 아산 관계자 가운데 한 사람은 “북측이 관광도로 주변에서 철도 노반공사를 하고 있어 당분간 버스통행이 안 된다고 알려왔으며, 이 때문에 3월 관광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태도가 실제로는 관광대가에 대한 불만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북측이 1인당 50달러로 구두 합의했던 관광 대가를 과거 유람선관광 때와 같은 1인당 100달러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또 다른 현대 아산 관계자의 말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前 김대중 정부는 한국에 대한 북한의 적대노선 지속을 수세적인 체제유지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해왔으며,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험과 냉전구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 스스로 개혁과 개방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외부세계가 제공해야 한다는 논지를 펴왔다. 또한 북한에 대한 경제 협력과 교류를 지속, 확대시킴으로써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북한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개혁과 개방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며, 만일 북한이 협력에 따른 이득을 인정한다면 전체주의 정권의 한반도 장악이라는 기존의 목표를 수정할 것이라는 관점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것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지난 5년 동안의 대북경협을 정당화시킨 논리이며, 현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에서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상당부분 북한의 전체주의적 체제의 특성과 김정일 정권의 의도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서 기인하고 있다. 1980년대 말 이후부터 사실상의 경제파탄 상태에 이른 북한이 체제 생존을 위한 자체개혁과 개방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편으로 구소련과 동독을 비롯한 기존의 권위적 사회주의 정권이 대외개방의 확대로 체제붕괴에 이르렀다는 사실 또한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추진하는 외부세계와의 경제협력은 라진-선봉, 금강산, 개성, 그리고 신의주 등 하나같이 지리적으로 여타 북한지역과는 격리된 일부에만 국한시키고 있으며, 그 규모 또한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공동이익이 아닌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일방적 이익추구를 지향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01년 북한의 과도한 관광요금 요구에 따라 금강산 관광선 사업이 위기에 봉착했던 일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설령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과 유사한 시장경제로의 개혁과 더 확대된 대외개방을 단행한다고 해도 그것이 과거 햇볕정책의 신봉자들의 기대대로 북한의 자발적 변화에 따른 한반도에서의 냉전구도 해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희박하다. 왜냐하면 이미 북한은 지난 1972년 12월 제1차 개헌을 통해 생산수단의 공동소유를 핵심으로 하는 일반적 의미에서의 인민민주주의에서 김일성 일가의 신격화를 규정한 전체주의 체제로 전환되었으며, 이런 체제에서는 사회주의 경제제도가 굳이 체제의 필수사항으로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좀 더 확대된 시장경제 도입과 대외개방을 선택하면서도 한반도 장악을 목표로 하는 기존의 대남노선을 추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북한의 적대적 대남노선 역량을 강화시키는 역기능을 낳을 수도 있는 것이며, 이 점에서 대북경협의 대가로 북한에 직접적인 현금이 전달되는 것은 참으로 우려되는 일인 것이다.
또 한 가지 지적되어야 할 것은 대북경협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되리라는 당초 한국의 기대와는 정 반대로, 오히려 북한이 한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前 김대중 정부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변질시키면서 어떻게든 경협 자체를 유지하려고 무리수를 둔 반면, 오히려 수혜자인 북한은 감사하기는커녕 경협을 비록한 한국의 선의를 대남 영향력 행사에 전략적으로 악용했다. 지금까지도 물의를 빚고 있는 남북 정상회담 직전의 대북 비밀송금 사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노무현 정부는 前 김대중 정부가 대북 경협에 부여했던 과대평가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올바로 인식하고 그러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대북경협은 통일비용 부담 축소와 남북간 협력의 제도화를 위해서 필요는 하지만 그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남북한 관계 개선의 관건은 북한의 경제난이라기보다 북한 전체주의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한반도 장악노선과 군사적 위협의 지속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평화번영정책’의 수혜자가 남북 어느 일방만이 되어서는 안되며, 이는 남북경협사업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