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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상시적 특검제 논의할 때 -
어제(26일) 오후 국회는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제출한 대북비밀송금에 대한 특별검사제 법률안이 158표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는 이미 작년 10월 이 사건의 단초인 현대상선에 대한 부당대출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이후 수차례에 걸친 성명서와 논평, 1인시위 등을 통하여 대통령과 정부의 진솔한 해명이 선행되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책임과 역할을 나누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래야만 현재와 같은 불법적인 자금조성과 송금, 그 과정에서 부실화된 기업에게 그 손실 보전을 위한 또 다른 불법이 꼬리를 물고 행해지는 초법적인 관행이 없어질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진상규명과 사건처리가 정도(正道)이자 원칙(原則)이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대북비밀송금 규명과 관련하여 보여준 행태는 법치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정치코미디의 연속이었다. 대통령이 소위 “통치행위”라는 이유로 사법처리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검찰의 사상초유의 수사유보결정과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의 자의적으로 규정한 ‘국익’이라는 미명 하에 모든 의혹을 덮자는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등에 비추어 볼 때 야당에 의해서 단독 처리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엊그제 새정부가 출범한 마당에 신임 국무총리의 인준 등 여러 현안을 여야간의 토론과 타협을 통하여 해결하지 못하고 야당이 특검법만을 단독 처리한 것은 여전히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그나마 특검법 처리 후 고건 총리 인준안이 여야의원 모두의 참여 속에 통과된 것은 다행이라고 하겠다. 이제 특검법의 국회 통과로 공은 다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거부권을 건의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만약 거부권 행사로 특검제가 무산된다면 이는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것일 뿐 아니라 정치적 타협 속에 진실이 묻힌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고, 진정한 ‘국익’에 정면으로 반하는 권한남용일 것이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했던 국회의견 존중이나 개혁성에도 걸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할 것이다.
어제 통과된 특검법은 이전에 행해진 특검법과 비교해 진일보한 부분이 있지만, 역시 논란이 될만한 규정이 많이 있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수사대상과 범위, 수사기간이 문제다. 수사대상과 범위가 많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예처럼 수사대상과 범위를 세밀하게 규정하지 않아서 자칫 120일간의 짧은 수사기간을 정치적 공세에 이끌려 다니다가 특검활동을 종료해야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헌정사상 네 번째 특별검사는 특별한 자긍심으로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인 논리에 휩쓸리기보다는 특검법의 취지가 한점 훼손되지 않도록 성역 없는 수사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특별검사제의 가장 큰 의의가 이번 경우와 같이 수사기관과 수사대상이 동일한 경우, 즉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비리를 행정부의 일원인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없을 때이다. 이러한 이익충돌의 문제를 해결하고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확보에 그 존재가치가 있는 만큼 성역 없는 수사로 모든 의혹을 풀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상시적 특검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되었다. 새로 들어서는 정권마다 야당의 입장에 있을 때는 상시적 특검제를 주장하다가 집권에 성공하면 여러 가지 핑계를 들어 뒤집어 버리는 모순을 시민회의는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 우리 실정에 적합하고 그간 발견된 문제점을 보완하여 완비된 상시적 특검법안을 입안하고 국회에 입법청원하겠다. 또한 현행법제도 하에서 다시 문제될 수 있는 검찰의 수사유보결정과 같은 초법적 사태의 재발을 막고, 민주주의의 방법적 기초인 법치주의 확립을 위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겠다. 시민회의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안에 대하여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아울러 참된 참여민주주의 모델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겠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