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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부시행정부는 주한미군 재편 및 감축문제, 동북아사령부 창설 그리고 북한의 공격적인 핵무기 개발에 대한 제재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매일 언론에 알리고 있다. 한마디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이다. 이 가운데 오늘 주요 일간지에 보도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제제조치, 특히 “항공기나 선박을 통한 북한의 제 3국 무기수출 차단,” “재일동포 송금차단” 등은 미국의 대북압박전략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및 그의 참모들은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해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반응조차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들 문제들 가운데 어느 하나의 사안에 대해서조차도 대안 한번 제대로 제시한 적도 없다.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및 그의 참모들이 우리의 국가이익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고, 또한 그러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안보전략 및 외교정책을 냉철하게 평가하는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물론 그러한 역량이 없을 수도 있다).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잠재적인 적들로부터의 핵 및 생화학무기와 같은 대량파괴무기의 공격위협을 방지, 억제 그리고 감소시키는 것”을 사활적 국가이익(vital interests) - 국가의 생존을 유지하고 국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익 - 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이나 이라크와 같은 국가들의 행동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사전에 잘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시행정부가 북한 핵 제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마련에 착수하겠다고 언론에 발표한 것도 사실 충분히 예측되었던 사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및 그의 참모들은 현재 미국의 부시행정부처럼 국가이익을 그 중요성에 따라 서열화 - 사활적(vital), 대단히 중요한(extremely important), 중요한(important), 부수적인(secondary) 이익 -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엇이 국제사회의 주권국가로서 국가의 생존을 유지하고, 국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익(사활적 이익)인지, 무엇이 국가의 생존 및 국민들의 복리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적절히 조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이익(대단히 중요한 이익)인지, 무엇이 적절히 조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국민의 복리를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한 우리 정부의 외교력 수행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이익(중요한 이익)인지, 중요하고 바람직한 조건이기는 하지만, 무엇이 국민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우리 정부의 외교력 수행에 직접적인 영향은 끼치지 않는 이익(부수적인 이익)인지에 대해 세밀히 검토해서 그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국가이익을 서열화하는 것은 안보전략 및 외교정책의 초점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두어야 하고 나중에 두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가르쳐 주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국가이익을 명쾌하게 규정하고 나면 장기적인 전략적 틀(strategic framework)내에서 모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가능케 한다. 물론 실제의 경험적인 현실세계에 서열화된 국가이익들을 어떻게 탄력적으로 적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관해 명확한 답을 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국가이익들의 서열화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및 그의 참모들이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한 안보상황, 그리고 급격하게 요동치는 글로벌 안보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안보전략과 외교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반드시 빠른 시일내에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국가이익이 다른 국가들의 이익과 중복되는 지역, 혹은 분야를 세밀하게 찾아내고, 서로간의 이익을 조정하고, 합의하여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및 그의 참모들(특히 안보참모들)의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가 될 것이다. 특히 어디에서 우리의 국가이익이 다른 국가들의 이익과 차이가 나는지는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차이점들을 조화시키는 접근을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그러한 이익들을 수호하는데 필요한 수단들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및 그의 참모들은 정부기관 내부, 혹은 정부기관들 사이, 그리고 동맹국들과의 정책조정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사활적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데 필요한 강건한 안보전략 및 외교정책을 발전시키는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