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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법적 해법제시는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 -
오늘 오전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여 대북 비밀송금 문제에 대해 관련자인 박지원 비서실장, 임동원 특보 등과 함께 해명하고 국민들의 양해를 구했다. 대북 비밀송금 문제에 관한 모든 의혹에 대해 솔직히 시인하기를 기대했는데 개념 자체도 분명치 않은 `국익'만을 내세우며 모든 의혹을 덮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그 발표의 수준과 내용, 그리고 태도 등 모든 부분에서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시민회의(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이미 작년 10월 처음 이 사건이 불거지기 시작할 때부터 현대상선에 대한 부당대출 혐의자들에 대한 고발을 시작으로, 각종의 성명서와 논평으로 정부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즉 대통령과 정부는 솔직하게 사건의 전말을 밝혀서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국회는 여야가 함께 중지를 모아 이른바 햇볕정책이라고 불리는 대북정책의 일관성과 적실성을 따지고,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위법사항이 있다면 사법적 판단(기소처분 또는 불기소 처분)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책임을 질 사람들이 있다면 사법부의 결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지게 하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들도 쉽게 납득할 수 있고 앞으로의 대북관계 역시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임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나 조약의 경우에도 그 위헌·위법성이 문제될 경우 국내법적 효력만의 위헌·위법여부를 논할 수 있을 뿐 국제법적 효력의 경우 문제삼을 수 없다는 것이 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외교관계는 아니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대통령의 발언처럼 굳이 “국익”이라는 이름을 앞세우지 않더라도 양자간에 이미 이루어진 합의나 현재 협의하고 있는 사항은 변함없이 추진해 갈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우리 민족의 장래와 생사가 걸린 대북문제가 일개 사기업의 창구를 통해서 이루어지거나, 밀실에서 정부의 숨은 실력자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초법적 절차에 의해 결정될 경우 이런 류의 사건이 재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시민회의는 그동안 작년 10월 고발한 이 사건의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해 왔다. 그래야만 이런 류의 사건 재발방지와 건설적인 남북협력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2월 3일 ‘현대상선 4천억원 대출의혹 관련 수사여부에대한 검찰의 입장’이라는 발표문 한장으로 대한민국 어느 법률의 규정에도 없는 수사유보 결정을 내리고는 모든 의혹을 피해가려 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 정부, 검찰 모두가 합세한 총체적 난국 상황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시민회의는 이 사건의 고발인으로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여 모든 의혹을 밝히고 진상규명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 아울러 예비적으로는 행정소송으로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을, 나아가 "상시적 특검제 법안"을 입법청원하여 다시는 이런 초법적인 해법의 제시가 얼마나 안이한 발상이며 법치국가에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