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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13일,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국 국장은 상원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북한이 미국 서부해안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대포동 II)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포동 II 미사일은 핵 및 생화학무기의 탄도장착이 가능한 미사일이다. 테닛국장의 발언은 바로 이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사실 북한은 122mm 로켓(rockets), 포병포탄(artillery shells), 그리고 공중전달폭탄(air-delievered bombs)에 장착하는 생화학제를 이미 무기화해서 실전배치했다. 물론 이것은 전장전략, 즉 전술적인 사용을 함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생화학제의 탄두장착이 가능한 미사일의 무기화이며, 이것이 사실 가장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예컨대 생화학제의 탄두장착이 가능한 북한의 노동미사일은 일본까지, 그리고 3단계 추진 대포동 2 미사일은 미국까지 강타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처럼 한반도의 안보적 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북한이 생화학무기를 전략적/군사적 차원에서 어떻게 적대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관해서 심도깊게 고찰해 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전략적 수준(strategic level)
전략적 수준에서 북한은 한미동맹세력을 붕괴시키기 위해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생화학무기는 미국과 한국, 미국 및 일본사이의 동맹관계를 와해, 혹은 이간시키려는, 그리고 더 나아가 동북아의 안보체계를 와해시키려는 북한의 장기적인 안보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1997년 10월 21일, 최주활대령(전 북한인민군)은 미 의회청문회에서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북한의 주요 공격 목표는 남한과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될 것이다.”라고 명백히 진술한 적이 있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왜 북한이 생화학무기의 탄도장착이 가능한 노동 및 대포동 미사일 프로그램(programme)을 광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한 주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한이 생화학무기의 탄도장착이 가능한 미사일로 일본 및 남한 전역을 공격할 경우, 그것은 일본정부가 미군에게 공군 및 해병대 기지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케 하는 주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쟁을 수행하려고 하는 우리 군의 총체적인 의지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결코 과장이 아니며 실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언제든지 발생가능한 시나리오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실제 전쟁시 생화학무기는 인구밀집지역에 대한 테러 공격을 위해 사용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이란-이라크 전쟁의 교훈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란-이라크 전쟁기간 동안 양측의 도시들은 서로의 주된 공격목표가 되었다. 1988년 2월 -4월사이에 이라크는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에 160여기의 미사일 폭격을 감행했다. 이 폭격으로 인해 대략 2,000여명의 사람들이 죽었고, 테헤란 인구의 절반 이상이 다른 지역으로 피난을 갔다. 그 공격은 1988년 여름, 이란이 붕괴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이란-이라크 전쟁은 전쟁 당사자인 이란과 이라크 뿐만 아니라, 북한의 군사적 사고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쳤음에 틀림이 없다. 이 전쟁이후 북한이 생화학무기를 더욱더 광범위하게 연구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추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생화학무기의 탄도장착이 가능한 노동미사일은 일본에 대한 테러무기로, 그리고 대포동 II 미사일은 미국에 대한 테러무기로서, 그리고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장사정포는 남한에 대한 테러무기로 충분히 사용되어질 수 있다. 또한 북한의 특수부대는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도시(인구밀집지역)에 대해 과감한 테러 공격을 시도할 수 있을 만큼 잘 훈련되어 있다. 따라서 북한이 실제로 전쟁시 이러한 미사일, 장사정포, 그리고 특수부대를 결합한 생화학 테러공격을 구상하고 있다면, 북한과 직면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그리고 미국은 이러한 공격위협에 대처하는데 필요한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작전적 수준(operational level)
작전적 수준에서 북한은 한미동맹군의 무력투사(power projection)능력을 좌초시키기 위해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걸프전 이후, 인도의 한 장군은 “핵무기 없이는 어떤 국가도 미국과의 전쟁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것은 달리 표현하면 만약 어떤 국가(예: 북한)가 핵무기에 버금가는 대량파괴무기인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미국과의 전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처럼 세계 각지의 분쟁에 참여하는 경찰국가, 즉 원정군(expeditionary force)의 경우에는 무력을 어떤 분쟁지역에 투사할 때,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이 바로 원정군이 이용하는 분쟁지역 및 인근지역에 있는 항공 및 항공시설물들이다. 북한은 미군 증원군의 신속한 군사적 배비, 그리고 증원병력의 배비를 저지시키기 위해 우리나라 및 일본의 항구, 또는 항공시설들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감행할 것이 자명하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생화학무기는 미군증원군의 군사적 배비를 심각하게 저지시키거나 방해할 수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걸프전 당시 만약 이라크가 미군 및 연합군의 병력이 이용하리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다란(Dhahran), 타이프(Taif), 그리고 리야드(Riyadh)와 같은 항공시설물들과 애드 담만(Ad Damman), 알 쥬베일(Al Jubayl)과 같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시설들에 대해 VX 신경제 및 다른 화학제를 살포했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겠는가? 미군 및 연합군의 군사적 배비는 아마도 오염된 환경속에서 일어났을 수도 있을 것이며, 또는 오염된 지역을 피하기 위해 다른 지역, 특히 홍해 항구(Red Sea Ports)로 배비지역이 바뀌어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배비전략을 취하든지 간에 미군 및 연합군의 군사적 배비는 상당히 지연되었을 것이며, 이로 인해 사막의 폭풍작전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미군 및 연합군이 걸프전에서 패배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노만 슈워츠코프(Norman Schwarzkopf) 사령관이 지적한 것처럼, 사담 후세인처럼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멍청한 독재자와 싸웠기 때문에 미군 및 연합군이 승리한 것이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작전적 수준의 통찰력이 결핍된 사담 후세인의 실책 때문에 미군 및 연합군이 최소한의 인명 손실만으로도 걸프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이 걸프전에서 교훈을 얻었다면, 전쟁발발시 북한은 틀림없이 미군 증원군의 배비전략을 저지시키기 위해 남한 및 일본내의 항구나 항공시설들에 대해 생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할 것이 틀림이 없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북한의 생화학무기의 적대적 사용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북한은 시기를 가리지 않고 공격을 가해올 수 있으며, 그 같은 공격에 우리가 군사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런 공격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시작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북한이 보유한 생화학무기를 우리 안보에 실제적인 위협으로 우리가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면, 당연히 그것이 군사적 목적 및 테러위협으로 사용되어질 것이라는 전제를 하고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과 같은 이 혼란스러운 이슈(issue)를 표명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회피한다면, 우리는 아마도 심리적 황폐(psychological devastation)와 더불어, 물리적 파괴에 대해서도 매우 취약하게 변해버리고 말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