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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의 존폐와 법제화를 둘러싸고 인터넷 서점들과 ‘한국서점조합연합회’와 같은 기존의 오프라인 서점들과 분쟁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은 한국이 세계 10대 출판 대국으로 성장해 온 것은 도서정가제가 잘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적 창작물이며 문화상품인 책을 일반 공산품과 똑같이 경제논리를 앞세워 정가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견강부회라는 것이다. 더구나 문화 선진국인 프랑스, 독일, 일본,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오래 전부터 도서 정가제로 자국의 문화를 지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도서정가제를 폐지하면 처음에는 가격경쟁으로 인하여 책값이 내려가더라도 그 이후에는 할인 예정가를 적용하게 되어 실질적인 도서가격은 인상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또한 할인 경쟁으로 인하여 문화 공간인 동네 중소형 서점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는 유흥향락업소가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한다. 요컨대, 전문서적이나 학술서적 등 비인기 서적은 출판이 어렵게 되며, 이윤이 많은 인기위주 도서나 저질서적이 범람하게 되어 독자의 폭넓은 독서의 기회가 상실되고 학문과 지식문화가 후퇴하게 된다. 서점업계, 출판업계, 인쇄업계가 연쇄적으로 폐업 또는 도산하게 되며 외국의 거대 유통 할인업체가 우리 문화산업을 잠식하여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국가 경제적으로도 저해 요인이 되는 방향을 시장 경제논리에 의한 할인제도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시장지상주의에 불과하다고 항변한다.
반면에 각 인터넷 서점들은 할인판매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이 제정되면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정부의 인터넷 전자상거래 육성책과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도서정가제의 제도적 도입은 소비자와 서점간의 계약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소비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즉, 소비자가 도서가격이 저렴한 인터넷서점에서 도서를 구입할 기회를 사실상 봉쇄하는 것이다.
할인된 책값이 저렴할수록 그만큼 독서 인구는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인터넷서점은 독서인구의 증가를 불러 오게 될 것이며, 또한 출판사의 매출을 증가시켜 총체적으로 출판계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인터넷 서점업계는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도서정가제가 유통마진의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입법발의 의원들의 주장은 전자상거래 유통 구조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주장한다.
도서정가제 입법발의 의원들은 프랑스, 독일, 일본에서도 도서정가제를 채택하고 있고, 영국의 경우 지난 1995년에 정가제를 폐지한 이후 도서가격 10~13% 인상 등의 폐단이 나타났다고 주장하지만, 독일의 출판사는 개별적 가격구속 계약 체결(단 가입과 탈퇴는 자유)을 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가격폭 정가제( 단, 5% 할인 가능)를 채택하고 있으나 위반 시 처벌 조항은 없으며, 일본도 부분정가제(개별출판사의 자유의사에 따른 정가제) 채택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세계 180여개국 중 도서정가제 시행 국가는 10%도 안되며, 또한 실시 국가 중 대부분이 할인판매를 한다고 해서 처벌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도서정가제는 헌법상 경제 질서 조항의 위반소지가 있다. 사유재산제도와 자유경쟁의 원리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경제 질서의 기본인데 도서정가제의 시행은 이러한 자유경쟁, 가격경쟁의 원리를 파괴하는 것이다.
도서정가제를 시행한다 해도 도서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규제할 분야(국방산업, 치안 등 공공재)와 민간기업 스스로 자유경쟁 논리에 의해 운영되어야 하는 분야는 구별해야한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인터넷 출판, 서점업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업계는 자유경쟁법칙에 의해 시장에서 도태 될 것이며, 그러한 현상은 당연한 경제현상일 뿐이다.
경쟁을 거부하고 도서정가제를 강요하는 조치는 결국 인터넷 서점업계를 문 닫게 하고 기존의 기득권을 누리는 오프라인 업계만을 배불리게 하는 불공정행위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서점이 공존하기 위해서, 그리고 시민들의 책 읽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대립하는 양 진영사이의 타협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다만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전제는 시장경제라는 본질적 요소를 침해해서는 안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