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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5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의회에 제출한 2004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대북(對北) 중유(重油) 지원 자금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운영비 등 대북 지원 항목을 일절 설정하지 않았다. 2003 회계연도 예산에서도 부시행정부는 중유 지원예산은 삭제하고 KEDO 운영비로 350만달러의 분담금만 책정해 놓고 있는 상태에 있다.
미국의 대북지원, 특히 중유제공 지원 자금의 중단은 대단히 중요한 전략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바로 북한고립화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국가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을 통한 공갈 협박에 대하여 단호한 원칙적 입장 - 북한의 침략적 도발책동을 저지, 분쇄시키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한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도 불사 - 을 견지하고, 또한 북한이 더 이상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북한의 연간 중유소비량은 110만톤이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50만톤)는 KEDO로부터, 그리고 나머지 절반정도(60만톤)는 거의 무상이나 다름없는 싼 가격에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KEDO로부터의 중유제공 지원 중단은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만약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여 북한에 대한 중유제공 지원마저 중단시킬 경우, 북한은 그야말로 경제와 군사행동이 일시에 중지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외부의 경제적 지원을 토대로 생존전략을 구사하며, 그 성격상 군사적인 것 이외에는 장기적인 생존방법을 갖고 있지 못한 김정일 정권에게 KEDO 및 중국으로부터의 중유지원 제공 중단은 독재체제를 유지하는데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만약 미국이 중국을 성공적으로 설득하여 국경을 넘어온 탈북자(북한주민)를 불법입국자가 아닌 국제법에 따른 난민으로 인정하도록 할 경우, 해마다 국경을 넘어 중국 및 몽골등지로 넘어오는 탈북자들의 규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북한의 인권문제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제기하고, 이와 동시에 탈북자 수용소 및 식량배급소 등을 중국 및 몽골 등지에 건설하는 것은 북한의 김정일 정권의 존립 그 자체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버릴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중유제공 지원 중단 및 인권문제 제기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경우, 전쟁없이도 북한의 김정일 독재정권을 붕괴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김정일 정권의 광폭정치, 그리고 그로 인한 호전적인 대외적 태도는 주체사상과 독제체제가 결합되어 나오는 것이지 경제위기 그 자체 때문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 점을 똑바로 이해해야만 김정일 정권과 북한 주민들을 인위적으로 분리하여 접근하는 대북전략을 성공적으로 수립,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