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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인수위는 1월 24일 노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국정보고에서 오는 7월부터 공무원 단체에 대해 "공무원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등 상급 노동단체 가입을 허용키로 했다. 인수위 국정보고 대로라면, 공무원은 단체행동권을 제외한 단결권과 제한된 단체교섭권을 보장받는 등 전교조 수준의 노동권을 인정받게 된다.
그동안 "공무원 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고수해 암묵적으로 “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해 부정적이던 행정자치부도 이번 인수위의 국정보고를 계기로 ‘긍정적 수용’으로 한발 물러섰다.
물론 공무원의 단결권 인정은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다. ILO나 OECD회원국의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공무원의 권익 신장에 소극적 입장을 취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작금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공무원의 노조 결성은 많은 역작용이 우려된다.
첫째, 공무원 노조의 상급단체 가입 허용은 사실상 공무원 노조가 상급단체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다. 상급단체가 전 사업장의 파업을 지시하면 공무원도 공식적이진 않더라도 집단휴가 등의 방법으로 파업에 동참할 수 있다. 그리고 공무원 노조가 상급단체에 교섭을 위임할 경우 상급단체가 공무원들의 임금과 복지수준 등을 이유로 정부와 맞서 투쟁을 벌이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둘째, 정부의 교섭대표자와 공무원 노조간에 임금 인상률이 합의했다 하더라도 국회의 예산 결정이 늦어지거나 행정부와 입법부가 엇박자를 낼 경우 노사대립이 장기화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교섭대표자는 일반기업의 사용자대표와 달리 ‘도덕적 해이’에 빠지기 쉽다. 협상결과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공기업의 노사협상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고”식의 협상을 보아왔다.
셋째, 공무원이 노동자라면 사용자는 당연히 국민이기 때문에, 노사의 개념도 일반기업에서와 같이 분명치 않다. 공무원은 노동자 이전에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기 때문에, “직무의 공공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조결성은 스스로를 이익단체화해 공무원이라는 명예로운 직분을 저버리는 처사이다. 공무원노조가 시대 당위적이라면 경찰노조, 군인노조도 결성되지 말란 법이 없다.
넷째, 공무원은 국가의 기간 조직체로 이미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 노조결성과 상급 노동단체의 가입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해치며 종국적으로는 공무원의 정치세력화를 부추길 수 있다.
시민회의는 공무원의 권익은 신장되어야 하나, 공무원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조정법’의 일반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공무원은 시민에게 신뢰를 주는 봉사자로서의 본연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정책접근에 있어, 강한자와 약한자, 가진자와 없는자로 사회를 이분적으로 바라보며 사회 전체의 공공익보다 소수의 권익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일일이 대응하는 포퓰리즘적 해결방식은 지양되어야 하며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