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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친서를 갖고 평양을 방문한 임동원 외교안보통일특보가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도 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귀국하였다. 북한의 실질적인 최고 결정권자인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할거라면 무엇 때문에 임동원 특보를 평양에 보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임동원 특사에 대한 북한측의 냉대로 김대중 대통령은 물론 주권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체면과 국민적 자존심이 크게 훼손되었다. 특히 임동원 특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불발을 설명하면서 이로 인한 국민의 분노와 모욕감을 고려하기 보다는 오히려 북측의 태도를 감싸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더욱 우리를 당혹케 하였다.
우리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모색하려던 노력이 일단은 좌절되었다는데 있다. 북한은 민족공조를 내세우면서도 북한 핵에 의해 일차적으로 위협을 받는 한국을 무시, 배제한 채 오로지 미국과 핵 문제을 타결하려는 속셈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시민회의는 국민적 합의에 기초하지 않은 현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이 은밀하게 그것도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듯한 인상을 주면서 진행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우선 김대중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국민의 자존심이 상처 입은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또한 임동원 특사가 방북하기 전에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 확약을 받았는지도 국민 앞에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할 것이며, 이번 특사가 홀대를 받은데 대한 책임소재도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현정부의 대북 정책과 맥을 같이 할 것으로 예견되는 노무현 신정부는 미국 부시대통령의 대북강경노선의 유지 천명으로 그 입지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음을 직시함과 동시에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감상적 민족주의보다는 냉정한 자세로 대북정책을 수립, 실행해야 할 것임을 첨언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