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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성명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하였다. 이러한 북한의 행위는 미국의 대북접근방식 및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북한이 발표한 NPT 탈퇴 성명 내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예컨대 북한은 "오늘 조선반도에서 평화와 안전을 교란하고 정세를 극단적인 국면대로 몰아가고 있는 기본 장본인은 바로 미국이다." 특히 "조-미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데 대한 우리의 성의있는 제안과 진지한 협상노력에 '말을 해도 협상은 안한다'는 오만한 태도로 대답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한·미·일 3국이 TCOG 성명을 통해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 폐기선언을 해야만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을 통보한 사실에 대해서도 미국의 입김이 여기에 강하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의 NPT 탈퇴는 한·미·일 3국, 특히 미국에 대한 대화촉구용 시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있어 주요한 의제로 제시한 것은 체제보장, 즉 불가침협정 체결이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과의 불가침협정은 도저히 체결할 수 없는 사안이다. 왜냐하면 불가침 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의 명분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체제생존을 위해 절박한 경제지원과 불가침협정이 빠져 있는 TCOG의 제안에 대해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으며, 그러한 반발이 NPT 탈퇴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사실 한·미·일 3국 모두가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던 사안이었다.
사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외부로부터의 경제원조에 토대를 둔 생존전략을 추구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핵 및 생화학무기와 같은 대량파괴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와 그 전달수단(장거리미사일)을 상정하고 있다. 대량파괴무기와 장거리 미사일과 같은 전략무기체계는 김정일의 선군정책(military-first policy), 더 나아가 주체이념에 토대를 둔 강성대국을 건설하는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따라서 정권 생존에 필수적인 비대칭적 수단(특히 핵미사일개발)은 체제유지를 위한 장기적인 생존방법이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이것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은 한·미·일에 대한 비대칭적 이점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미·일 3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적 보상만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 포기를 유도하려는 것은 현실적인 정책이라기 보다는 가망성이 전혀 없는 희망사항일뿐인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북한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일과 같은 자본주의체제에서는 경제가 정치에 끼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아쉽게도 북한은 정치나 사상이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독재체제인 것이다. 이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면, 어떠한 대북전략을 구사하더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설사 어느 정도 긍정적인 결과를 산출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증상을 다소 완화시키는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개혁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면서 원조에 기초를 둔 생존전략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이것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비대칭적 이점을 더욱 확대, 강화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 수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정권의 이러한 생존전략의 의도를 잘 알면서도 전쟁불사의 위협 때문에 한·미·일이 계속 피동적으로 북한에 끌려다니게 될 경우, 앞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대북접근을 위한 협상테이블에는 과거보다 더 많은 의제가 올라오게 될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도둑고양이 새끼를 백두산 호랑이로 키우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NPT 탈퇴에 대해 한·미·일 3국은 돈으로 평화를 구걸하는 행태를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싼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속에서 한·미·일 3국은 앞으로 북한에 대해 무조건 무력을 먼저 쓰지 않겠다고 말을 할 필요가 없으며, 김정일정권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는 군사적으로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 포용정책만 계속 강조한다거나, 아니면 한미군사 동맹보다 민족을 우선시하는 노선을 펼쳐 한·미동맹관계가 소원해지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이 남한내의 친북세력을 이용하여 주한미군에 대한 계속적인 선동을 이끈다거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세력들을 반통일세력으로 매도하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쳐나가게 될 경우, 우리 사회는 극심한 좌우 이념대립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빠져들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안보전략의 핵심은 군사능력과 정치적 의지이다. 현재 NPT를 탈퇴, 벼랑끝 전략을 구사하는 북한은 한·미·일 공조체제 및 3국의 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지의 결핍을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일 것이다. 따라서 강력한 억제력 및 한·미·일 공조체제를 구축하여 NPT 탈퇴와 같은 북한의 벼랑끝 전략에 단호하게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