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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이틀 후 북한은 제네바합의에 의한 핵시설 봉인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의 중유공급 중단에 대한 대응조치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설치해 놓았던 북한 핵시설의 봉인과 감시카메라 제거작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23일에는 핵재처리시설의 봉인까지 제거한 것으로 드러나 북한이 마지막 핵카드를 쓰기 시작한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합의 이후에도 미국으로부터 중유를 공급받고 한국이 70%를 부담하는 신포 경수로를 건설하면서 이면에서는 핵합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정보가 이제 확실하게 밝혀졌다. 특히 플로토늄 농축 핵개발로 제네바합의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북한이 시인했다. 이는 남·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선언"(1992)에서 "핵재처리시설과 플로토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는 합의를 위반한 것이 된다.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위반한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핵합의위반 시정요청과 "先핵동결, 後대화"의 원칙을 내세운 미국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게 되었다.
북한은 1993년의 NTP탈퇴와 같은 상투적 벼랑끝 모험이 이번에도 실효를 거두리라고 착각해서는 안되며, 이제 북핵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우리 국민도 더 이상 북한의 핵위험에 대한 불감증을 가져서는 안되며, 미국·일본 등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의 의도를 저지하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보일 때가 왔다. 동시에 젊은 세대에게 북한의 실체를 보다 객관적으로 인식시키는 일도 시급하다.
이에 시민회의는 이상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북한의 핵을 통한 벼랑길 모험에 대해 여야, 좌우, 진보와 보수의 구분 없이 일치단결하여 북한의 제네바합의 준수를 촉구해야 한다. 만의 하나라도 북핵문제에 대한 의견이 분열되어 북한의 벼랑끝 모험에 동조하는 세력이 생겨 군사 모험주의적 전술의 대리역이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둘째, 정부는 확고한 안보관에 기초한 대북정책으로 북한에 대해 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준수를 거듭 촉구함으로서 북핵문제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동시에 북한은 한반도 평화를 체제연명을 위한 협상대상으로 삼으려는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북한의 제네바합의 위반을 원상 복귀시키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거듭 다짐하고, 특히 이에 대해 한·미간의 어떠한 간격이 있을 수 없다는 확신을 국민들이 가질 수 있도록 분명한 태도를 표명해야 한다.
넷째, 정부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북한에 대해 1993년 NTP 탈퇴와 같은 핵개발 모험이 백해무익함을 알려주고 허망한 환상을 버리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지난 7월의 경제제재조치로 인해서 극도로 악화된 경제사정을 핵을 통한 전시동원적 위기조성으로 북한동포를 기만하려는 책략을 중지하고 군사모험의 "선군주의"가 없어질 때 국제사회의 포용정책에 부응할 수 있음을 인식시켜야 한다.
시민회의는 평화에 대한 위협인 북핵문제에 대처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와 국민정신의 대동단결이 시급함을 강조한다. 대한민국은 6.25동란 이후 휴전하의 평화 속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통해 세계 제10위의 경제적 번영을 이룩해 냈다. 우리는 지금 북한의 군사적 모험극 앞에서 그동안 피땀 흘려 이룩한 번영과 자유를 수호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민족 공존의 정신을 환기시켜야 할 때이다. 북한의 핵위험에 대한 무사안일한 불감증은 6.25를 당했던 것과 다름없는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