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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농림부는 ‘쌀산업안정대책자문위원회’를 갖고 '2002년도 쌀 산업 및 중장기 쌀 산업대책 검토방향'을 보고했다. 그 주요 골자는 쌀의 적정생산을 통한 수급을 조절하기위해 논에 다른 작목을 심거나 휴경할 경우 보상비를 지급하는 생산조정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과 현행 약정 수매제를 보완하기위해 쌀의 적정비축목표를 설정해 시가로 쌀을 수매해 비축했다가 시가로 방출하는 ‘공공비축제’의 도입이다.
그리고 농림부는 올해 3월말 쌀 산업발전 중장기대책을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가 쌀생산조정제 도입방침을 발표하자마자 농민과 농민단체들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정부의 쌀 생산 안정대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농경연(농업경제연구원)은 28일 농림부에 제출한 '쌀산업 중장기 대책' 보고서에서 "생산조정제도는 단기적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부담만 가중시키고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도입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앞으로 생산조정을 통해 쌀값을 높게 유지하더라도 오는 2005년 쌀시장 개방 직후 쌀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으며, 이 때 정부가 쌀값 유지를 위해 생산조정 면적을 계속 늘릴 경우 재정부담은 급속히 커질 것이라고 농경연은 지적했다.
또 현재 전체 농지의 43%를 차지하는 임대농지의 경우 지주들이 휴경(休耕)보상을 받기 위해 임대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으며, 농가들이 생산성 낮은 천수답(天水畓)은 휴경하면서 생산성 높은 땅에 집중적으로 벼를 심어 생산조정제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농경연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농경연은 "쌀값은 시장 기능에 맡기되, 쌀값 급락의 충격을 덜기 위해 '미작경영안정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작(米作)경영안정제란 수확기 쌀값이 5년간 평균 쌀값보다 떨어지면 그 차액의 70~80%를 보상해주는 제도이다. 농경연은 또 계속 증가하고 있는 쌀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앞으로 4년간 1300만 섬을 북한이나 해외 빈곤국에 지원하거나 사료용 등으로 긴급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경연은 추곡수매제 폐지에 대해선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미작경영안정제를 시행하면 추곡수매물량을 크게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농민들의 주장은 보상비가 너무 낮고 쌀 대신 재배하는 대체작물마저 판로가 불투명해 쌀 생산 안정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쌀이 주작목인 일반농가의 농기계와 농기구가 대부분 벼농사용이고 대체작목 농사는 기계화가 거의 안돼 다른 작목으로 전환할 경우 작업비가 훨씬 많이 드는데도 탁상공론식 산술적 계산으로 차액을 산정해 쌀 문제 해결의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며 안정대책에 의문을 나타냈다. 농민회는 특히 "보상이 농민보다는 땅 소유주인 도시 부재지주들만 배불리는 결과가 올지도 모른다"며 생산조정제의 실효성을 비판했다.
2005년부터 쌀시장이 개방되면 생산조정제나 공공비축제로 국내산 쌀의 공급량을 줄이더라도 중국, 미국 등지에서 쌀이 대량 수입되기 때문에 국내산 쌀의 가격 폭락을 막을 수 없다. 즉, 현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농업정책은 시장원리에 맞게 농업구조를 재편성하기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기보다는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부는 생산조정제와 같은 수량적 접근보다는 고품질 쌀 생산, 농산물 유통구조의 개선 등을 통해 농가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