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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어디까지 언론의 눈을 가리고 입을 틀어막을 생각인가
2007-08-17
어디까지 언론의 눈을 가리고 입을 틀어막을 생각인가
경찰청은 14일 기자들의 경찰서 출입기자에게 허락을 받고 돈을 지불해야 하는 출입증을 소지하도록 하는 등 취재활동을 크게 제한하는 내용의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세부운영방안'을 다음달 1일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일선 기자들에게 가장 빨리 정보가 전해져야 하는 사건이 넘치는 경찰서의 출입기자를 자기들이 심사해 들여보내겠다는 말이다. 경찰서의 경우 수사 과정 등에서 인권 침해 사례가 인권위원회 통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압도적으로 많다. 게다가 조사 과정에서 범인을 놓치거나 부실한 수사로 인한 문제점도 수도 없이 발견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의 출입증을 통한 출입 제한은 경찰의 문제들을 눈가리고 아웅하며 감추기 위한 제도로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 하다못해 이번 선진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조차 5월 22일 "선진국에선 경찰서에 기자들이 출입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는다"며 일선 경찰서 취재를 보장하겠다는 뜻을 시사했음에도 경찰청은 이런 지침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독재 정권에서나 볼 법한 극도의 취재 제한을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경찰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또한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을 봉쇄하기 위한 공사를 14일부터 시작했다. 기사송고실을 전용 계단을 사용하게 해 일반 사무실 출입을 아예 막겠다는 심산이다. 이들의 움직임은 더욱 보장된 취재를 운운했던 취재 선진화 시스템이란 것이 결국은 언론 통제의 도구로 사용될 것임을 보여주는 서막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인권과 치안에 대한 신뢰를 위해 개방되어야 하는 경찰서와 투명한 금융 정책을 통해 야합을 막아야 하는 금융감독위부터 출입을 제한해야 할 만큼 이 정부가 그토록 감추고 싶은 치부가 많은 것인가. 그들이 앞서서 해야할 것은 취재를 원천 봉쇄해서 틀어막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비리와 해이함을 바짝 조이고 미국발 경제 폭탄으로 인해 흔들릴 수 있는 국내 경제 금융의 비상 사태에 대처하는 것이다. 눈앞에 해야할 일이 닥쳤는데 이를 수습하기보다, 언론을 먼저 통제하려는 것은 순서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눈, 귀를 막고 입을 틀어막는 일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잘못을 하지 않는 노력이 아닌 잘못을 가리려는 노력을 하려는 정부에 대해서 국민들이 신뢰를 보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렇게 부작용이 속속 들어나는 취재 선진화 시스템을 즉각 철회해야만 잃어가는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2007. 8. 17 바른사회시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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