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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제도가 평준화로 인하여 휘청거리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 할지라도 시대를 초월하여 절대불변의 善한 제도는 존재할 수가 없다. 최근 수도권 신도시에서 불거져 나온 고교 재배정 파동은 한국의 교육 평준화제도가 이미 그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흐르지 않으면 썩게 마련이고 오래되면 그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현상에서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교육 서비스 공급의 부실은 조기 해외유학, 있는 자들의 고액과외를 오히려 부추겨 더 큰 교육적 병폐와 없는 자들의 사회적 박탈감을 조장할 뿐이다. 원하는 학교에 전학할 수 있는 우선순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밤새가며 길거리에서 숙식하는 이른바 ‘전학노숙’(露宿)이라는 신조어(新造語) 생기게 된 원인은 교육공무원들의 무사안일(無事安逸)한 업무태도에도 책임이 있겠지만 그 근본뿌리는 평준화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시스템에 있을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가 출발점에서 평등하게 출발하였어도 그 역량에 따라 1등과 2등이라는 결과는 차등(差等)있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차등’이라는 것은 ‘평등한 자유’ 원리에서 나온 차등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가지고 왈가불가하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한 판단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러한 차등을 거부하고 모두가 1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토끼는 거북이의 속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결국 토끼와 거북이의 공동 1등이라도 자유경쟁에서의 거북이의 2등보다도 기록은 형편없이 나올 것이다. 그것은 곧 사회 구성원 전체가 ‘안이한 거북이’로 전락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물론 지금 당장 평준화의 전면 폐지는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때문에 단계적인 평준화 폐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국공립은 계속 평준화의 틀을 유지하고 사학들에는 자율성을 부여하는 2원화된 교육체제로 전환하자는 대안과 좀더 구체적인 대안으로서 사학 중에서도 ‘자립형 사립’을 일정한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조치도 바람직할 것이다.
한꺼번에 사학과 국공립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다. 가장 바람직한 정책은 정부가 국공립을 제대로 지원하고자 한다면 사학을 사학의 특성에 맞게 자율성을 부여해야한다는 것이며 그 자율성을 부여하는 핵심 포인트는 바로 ‘평준화의 해제’일 것이다. 정부가 수많은 사학을 지원하기에는 재정적, 구조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정부가 그 능력을 초과하는 교육지원을 하는 것은 결국 사립은 물론 국공립의 위상마저 축소시킬 것이다.
정부가 사학과 국공립 모두의 발전을 유도하고자 한다면 평준화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하며 그 상승효과(재정적 여유)를 국공립에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사학과 국공립을 더 이상 '안이한 거북이’로 만들지 않아야 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